안녕하세요, 오늘은 겨울방학 국어 학습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할 말이 많아 줄이고 줄였는데도 4000자가 넘네요. 길더라도 천천히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기말고사가 끝난 고2 학생분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 아니라 예비 고3입니다. 겨울방학은 예비 고3에게 전환점인데요. ‘예비’고3이라는 압박감으로 집중이 정말 잘 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국어 실력을 빠르게 쌓아 경쟁자들을 추월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기도 합니다. 막상 개학하고 나면 내신 준비, 졸업사진 촬영, 수시 원서 접수로 정신없이 시간이 날아가거든요. 따라서, 겨울방학 때 적은 시간으로 최대의 효율을 끌어올리는 ‘효율적인’ 국어 학습이 필요합니다. 다른 과목 학습량도 충분히 확보해야 하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국어 공부를 해야 할까요? 다음과 같이 말씀드리겠습니다.
1. 기출 학습
2. EBS 연계 학습
3. 사설?
당연히 최우선 순위는 기출 학습입니다. 그러나 체감 연계율이 꽤 높은 상황이라, 연계교재에 대해서도 언급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생분들이 많이 고민하는 사설에 대해서도 짧게 말씀드리고 칼럼 마무리 짓겠습니다.
1. 평가원 기출 학습
평가원 기출 학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평가원 기출을 어떻게 학습해야 할까요?
먼저 기출을 전부 모의고사 형태로 시간을 재고 80분간 푼 다음 채점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보게 될 수능에서 1등급을 받으려는 것이지, 기출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받으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출 문제를 학습한 다음 지문과 문제에 대한 피드백 과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루에 45문항에 대한 피드백을 전부 하려면 국어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뿐 아니라, 집중력이 떨어져 충분한 고민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갈래별로/연도별로 정리된 기출문제집으로 차근차근 학습하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실력 점검 목적으로 가끔 모의고사 형태로 풀어보시는 것은 좋습니다. 모든 기출을 모의고사로 풀어버리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만일 지금까지 봐 왔던 전국연합 학력평가에서의 등급이 안정적으로 2등급 안쪽이라면 세트별로 시간을 재고 풀이하세요. 제한시간 내에 들어오는 훈련을 하는 것은 아니고요, 몇 분 걸리는지 확인하는 용도입니다. 세트마다 걸린 시간을 기록해 놓으셨다가,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시면 됩니다.
학력평가에서 국어 등급이 3등급 이하로 나왔다면 시간을 재지 않고 문제를 푼 다음 피드백해 주세요. 3~4문항짜리 세트에서 10분씩 걸려도 괜찮습니다. (물론 독서법에서는 안 괜찮습니다...) 지문을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충분히 연습하고 문제를 분석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풀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므로 조급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음으로 피드백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피드백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투자해 주세요.
문제를 풀고 채점할 때, 반드시 정오 여부만 표시하세요. 틀린 문제에 답을 표기하고 오답을 정리하게 되면, 논리를 억지로 답에 끼워맞추게 됩니다. 이러면 자기 효능감은 오를 수 있어도 실력은 절대 오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해설도 바로 확인하지 않는 게 좋아요. 정답에 대한 해설자의 논리를 엿보는 것에 불과할 뿐 아니라, 해설을 읽고 이해했다고 해서 그 문제를 제대로 분석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해설을 바로 확인하는 것의 제일 큰 문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해설 내용으로 대충 뭉개고 넘어가게 된다는 겁니다. 이건 기출 분석하는 ‘척’이지 기출을 분석하는 게 아닙니다.
정오를 표기한 다음에는 지문(또는 작품)을 분석합니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다시 읽고, 처음에는 잡아내지 못한 부분, 처음과 다르게 받아들인 부분이 있다면 확인합니다. 정립할 만한 태도가 있다면 기록해 둡니다. 그리고 틀린 문제를 고쳐 봅니다. 제대로 지문을 분석했다면, 다시 풀었을 때 어려운 문제나 또 틀린 문제는 선지가 까다로운 경우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선지 또한 분석해야 합니다.
틀린 문제에서, 내가 고른 선지에 대해
1. 틀린 선지를 답으로 판단한 근거
2. 선지 판단 근거에 있는 오류
3. 틀리지 않기 위한 방안
모두 확인하고,
만일 헷갈렸던 선지가 있다면
1. 헷갈렸던 이유
2. 실수하지 않기 위한 방안
을 생각합니다.
정답 선지는
1. 어떤 논리로 풀이해야 했는지
2. 그런데 왜 그렇게 풀지 못했는지
고민합니다.
마지막으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나의 정오 여부와 상관없이 정답률이 낮은 문제에서 선택률이 높은 틀린 선지도 분석해 보세요. 왜 많은 학생이 해당 선지를 답으로 선택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는 겁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어느 순간 평가원의 출제 패턴과 나의 취약 유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평가원이 어느 부분을 물을 때 내가 틀리는지 알 수 있게 돼요. 이때 나의 취약 유형에 대한 태도를 정립하게 되면 해당 유형의 문제가 나와도 실전에서 틀리지 않을 수 있겠죠?
만일 인강 커리큘럼을 따라가고 있다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잘 적용하고 있는지도 중간중간 점검해 보시면 좋습니다.
2. EBS 연계 학습
생각보다 연계교재 문제량이 많습니다.
작년 기준 수특 독서는(독서법 포함) 총 72지문이었습니다.
문학의 경우(극/수필 포함) 129작품이 수록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올해 수능특강도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문학의 경우 현대시는 제목이나 1행을 읽고 대충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하는 수준이면 괜찮습니다. 내신처럼 달달 외우고 배경 파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난해한 시라면 연계작품이어도 보기에서 잘 설명해 주거든요. 현대 소설이나 고전 소설은 전체 줄거리를 숙지하시고, 특히 인물이 많이 나오는 고전 소설(유씨삼대록 등)이라면 인물 관계 또한 정리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고전시가의 경우에는 예시를 먼저 보여드리겠습니다.
평가원이 무척 좋아하는 고전시가 상춘곡입니다. 막힘 없이 해석이 잘 되셨나요?
사진에서 빨간 글씨는 저녁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를 모르고 보면 ‘낮에는’으로 해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겨냥한 기출 문제가 출제된 적도 있습니다.
최근에 평가원에서 구절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고전시가의 경우 전체 내용 숙지와 더불어 모르는 고전 어휘가 있다면 체크해 두세요.
독서의 경우에는 2회독쯤 하면 연계 체감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 봤던거다!’정도의 느낌입니다. 소재를 변형해서 출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독서 배경지식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풀면서 연계 대비 겸 배경지식 습득용으로, 문제 푸는 양이 많은 학생이라면 국어 n제 느낌으로 풀기에 좋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학습에 대한 부담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푸시고, 시간이 없다면 풀지 않으셔도 됩니다.
선택과목의 경우에는 비교적 학습 부담이 적습니다. 저는 고3 겨울방학 때 언어와 매체 3등분해서 3일동안 짬짬이 풀고 버렸었는데, 조금 열심히 하면 이틀만에도 다 해치울 수 있을 수준입니다. 선문독/선독문 순서로 푸는 학생이라면 분량을 정해 놓고 모닝 루틴으로 조금씩 푸셔도 좋겠습니다. 그러나 연계 체감은 거의 안되기 때문에 이것 역시 풀지 않으셔도 큰 문제는 없겠습니다.
3. 사설?
사설에 대한 이야기는 무척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겨울방학부터 사설 문제를 접하는 학생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사설 문제와 관련된 걱정은 마음 속에 다들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사설 문제를 풀기 시작하는 시기, 콘텐츠 선별, 또는 사설 문제를 꼭 풀어야 하는지와 같은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특히, 수능 n회차(단, n≥2인 자연수)로 보이는 독서실 옆자리 수험생 책장에 어려워 보이는 사설 N제나 모의고사가 있으면 조급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언어는 필연적으로 모호성을 가집니다. LEET 문제를 보면 어딘가 평가원 문제와 결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문제에서 묻는 것에도 차이가 있고요. 당연히 시험을 응시하는 집단의 수준도 다르고 평가하고자 하는 것도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있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출제자가 다르기 때문에 표현 방식이나 선지 구성에 있어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사설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가원 출제진이 사설 문제를 출제하지 않았으므로 본질적으로 같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사설에 매몰되면 주객이 전도되어 평가원에서 낯선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앞서가야징~! *감, *수, *상, *탕, 강*, 서**벌 풀매수!’ 이런 거 절대 하지 마세요! 나아갈 수 있습니다만 그 방향에 대해서는 보장할 수 없습니다. (국어 실력이 뒤로 나아갈지도 모릅니다)
사설은 수능 대비를 위한 보조 자료일 뿐, 필수적인 것이 아닙니다. 신중하게 판단해 주세요.
예비 고3 겨울방학 국어 학습법은 여기까지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학습법을 제안한 것입니다.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니니 주관대로 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서, 정시보다는 수시에 초점을 맞추는 학생들이라면, 3학년 내신으로 연계교재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으니 기출과 연계교재 학습 비율을 조절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방학동안 기출 분석을 제대로 마치기도 힘들 수 있어요. 수학과 탐구 학습량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국어 공부는 양보다 질이 중요하거든요. 제대로 공부하셨다면 여러분의 국어 실력이 많이 올라가 있을 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QCC도 많은 도움이 되었길 바라요. 만약 국어 관련 궁금한 주제가 있다면 댓글로 말씀해 주세요. 다음 칼럼 작성 때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파이팅입니다!
PS. 나가실 때 제가 공들여 그린 표지의 8등급 눈사람과 1등급 눈사람을 봐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