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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영상/칼럼(QCC)

[학습법] 평가원의 역사는 반복된다.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정태영 마스터
등록일 2024-09-08 | 조회 18512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정태영 마스터입니다. 

바로 전 글에서, 당해 기출분석이 중요한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올해 6모, 9모 역시 올해 수능의 지표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9모에 대한 총평은 이미 많은 마스터분들이 해주셨기 때문에, 오늘은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9모의 등급컷이 높았지만 선지 구성 방식이나 함정들을 살폈을 때, 그리 가볍게 볼 수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수능을 함부로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평가원이 어떻게 하면 문제 난도를 높일 수 있을지, 혹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문제를 풀다가 멈칫하게 만들 수 있을지, 이번 9모와 그동안의 기출 데이터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1. 범주

이번 9모에서 두드러진 선지 중 하나는 바로 ‘범주’입니다

1) 범주 착오

[2025.9모 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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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문에서는 ‘작업증명의 예로 합의 알고리즘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8번 문항의 4번 선지에서는 ‘합의 알고리즘의 예로 작업 증명이 있다’고 말합니다. 

지문과 선지에서의 범주가 반대이므로 틀린 선지이며, 정답선지로 뽑혔습니다.


비슷하게, 평가원이 범주를 가지고 여러 번 장난을 친 전적이 있습니다.

[2023 6모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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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독서론의 첫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답률이 66%까지 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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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은 읽기 기능, 어휘력, 읽기 흥미가 별개의 요소라고 했으나, 선지는 읽기 기능에 나머지가 포함되냐고 묻습니다. 


여기서 재미를 본듯한(?) 평가원은, 이 함정을 수능에 그대로 출제합니다. 그것도 똑같은 독서론 1번 문항에요.

[2023 수능 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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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은 읽기 환경, 과제가 ‘상황요인’이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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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선지에서는 이들을 ‘독자요인’으로 묶습니다. 범주가 틀렸으므로 틀린 선지며, 정답선지였습니다.


범주 착오는 평가원이 좋아하는 함정입니다.


2) 부분과 전체

아래 지문은 이번 9모의 기술 지문입니다. 

[2025.9모 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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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9번 문항의 2번 선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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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에선 ‘변경된 블록과 그 이후 블록’이 블록체인과 꾾어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선지에서는 ‘전체 블록’이 끊어진다고 말합니다. 

(승인과정을 다시 거쳐야 함=블록이 끊어짐)

지문에선 일부, 선지에선 전체를 말하므로 범주가 맞지 않아 틀렸습니다.

그러나 20%나 되는 학생들이 2번 선지를 골랐습니다.

‘전체, 모든, 일부’와 같은 단어가 나왔을 때, ‘평가원이 범주로 장난질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3) 상위범주

상위범주는, 이번 9모에서 유독 자주 등장합니다.

먼저 9번 문항을 봅시다. 

[2025.9모 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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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선지입니다. 공개형 블록체인의 특성을 묻고 있는데, 답의 근거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에서 나왔습니다. 즉, 공개형 블록체인과 비공개형 블록체인의 상위범주가 ‘블록체인’임을 인지하고, 이들이 상위범주인 블록체인의 특성을 그대로 지님을 알았어야 합니다.


다음은 5번 문항입니다.

[2025.9모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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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선지 역시 이용후기 광고의 특성을 묻지만, 답의 근거는 이용후기 광고의 상위범주인 ‘광고’에서 출제되었습니다.


15번 문항도 보겠습니다.

[2025.9모 1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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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은 카메라로 하여금 만들어진 인위적인 세계를 보며, 정신분석학자들은 이를 ‘환영’이라고 말합니다. 

15번 문항의 정답인 1번 선지는, 카메라를 이의 상위범주인 ‘영화장치’로 바꾸어 묻고 있네요. 학생이 상위범주를 인지할 수 있는지 묻고 있다는 말입니다.


상위범주가 좀 더 어렵게 출제된 문제를 봅시다.

[2023.6모 1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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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학년도 6월 ‘비타민 K’ 지문의 12번 문항입니다.

답의 근거는, 비타민 K1과 K2의 상위범주인 비타민 K의 특징에서 나왔습니다. (형광펜 친 부분이 근거입니다. 추가 설명은 생략합니다.)



2. 의도/목적

평가원이 이번 9모에서 자주 건드린 선지 중 ’의도/목적‘이 있습니다. 의도/목적은 과학기술과 법학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과학/기술과 법은 모두, 특정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5번 문항입니다.

[2025.9모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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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4번이지만, 무려 25%의 학생들이 2번을 골라 틀렸습니다. 이는 ‘공정거래법’의 의도/목적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1문단에서 ‘공정거래법’과 ‘광고표시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지문에 의하면 사업자와 연관된 공정거래법의 목적은 ‘불공정한 거래 행위의 규제‘이지, ‘가격 결정의 자유 제한’이 아닙니다. 의도/목적을 왜곡했으므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9번 문항 역시 의도/목적을 왜곡합니다. 

[2025.9모 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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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에 따르면 합의 알고리즘의 목적은 승인 과정, 즉 검증이 끝난 블록을 블록체인에 연결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1번 선지는 이 목적에서 아예 벗어난 진술을 하고 있으므로 틀렸습니다.


의도/목적의 왜곡은 문학에서도 나타났습니다.

[2025.9모 1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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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과 비교했을 때 2번 선지의 춘향이 나온 목적, 5번 선지의 ‘옆집 여자 아이’가 나온 목적이 모두 왜곡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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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매 45번 문항 역시 발화의 의도/목적을 고려한 문항입니다. 매번 하나씩 출제되지만 같은 범주이기에 묶어봤습니다.



3. 주체왜곡

주체왜곡은 평가원이 좋아하는 함정 중 하나입니다. 

말 그대로 서술어의 주체를 왜곡하는 식인데요, 예를 들어 지문에서 A가 C했다고 말한 것을, 선지에서는 B가 C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먼저 5번 문항입니다.

[2025.9모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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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선지는, ‘재판매 가격 유지행위’와 ‘이용후기 광고’의 주체가 누구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지문에 근거하면 전자의 주체는 사업자와 사업자, 후자의 주체는 사업자와 소비자입니다. 

주체를 잘못 진술하므로 해당 선지는 틀렸습니다.


4번 선지 역시 ‘이용후기 광고’의 주체를 묻습니다. 지문에 따르면 이용후기 광고는 ‘소비자가’ 작성하는 것이므로, 사업자는 포함되지 않겠죠. 그리고 정답이었습니다.


20번 문항에도 주체왜곡 선지가 출제됐습니다. 바로 3번 선지입니다.

[2025.9모 2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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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는 ‘김한이’ ‘이도린에게’ ‘풍류를 즐길만한 상대가 춘향이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문은 ’이도린‘이 ’김한‘에게 말한다고 나와있죠. 주체와 객체를 뒤집어서 틀린 선지입니다.


마지막으로 25번 문항입니다.

[2025.9모 2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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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 선지의 지문 지시구간인 물고기는 ‘어미’의 모습입니다.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하므로 틀렸습니다.


주체왜곡 함정은 문학에서 특히 정답률이 낮게 나오는 편인데, 이번 9모는 지문 길이가 짧은 시에서 출제했기에 정답률이 그렇게 낮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어렵게 낼 수 있습니다.

20학년도 6모 고전소설 <조웅전> 25번 문항입니다.

[2020.6모 2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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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에서는 ‘제왕’이 ‘참가자들’의 공적을 평가합니다. 하지만 1번 선지‘참석자들‘이, ’서로의‘ 공적을 평가했다고 말하죠. 주체를 왜곡해 틀렸고, 정답 선지였습니다. 정답률은 39%였습니다. 


같은해(20학년도) 수능에서도 이 함정은 반복됩니다. 

문학이 아니라 독서에서요.

[2020.수능 26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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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지문은 레트로바이러스 지문입니다. 

지문에서는 ‘레트로 바이러스’가 ‘자신의’ RNA 중합효소를 이용해 RNA를 DNA로 바꾼다고 합니다.

하지만 26번 문항의 5번 선지는 이를 ‘숙주세포의’ RNA 중합효소로 바꾸어 말하죠. 

중합효소를 가진 주체를 바꿨기 때문에 틀린 선지이며, 이 역시 정답이었습니다.


주체 왜곡에 민감해지려면, ‘A의 B’ 선지를 신경 써야 합니다. 이때 ‘A’를 틀리게 내면, 정답률이 내려갑니다.


4. A통해 B, A해서 B 함정

평가원의 선지는 주로 A해서(통해) B선지로 구성됩니다. 이때 난도를 올리고 싶을 경우, A와 B는 모두 지문 또는 <보기>에 있으나, 둘이 딱히 상관이 없어 틀린 선지로 출제합니다.


이번 9모의 문학 오답률 1위였던 31번 문항입니다.

[2025.9모 3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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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 선지에서, ’민도식이 장상태의 눈짓에 동조하지 않은 것‘과, ’몸에 걸치는 옷을 둘러싼 논쟁‘ 별 관련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둘을 연결한 해당 선지 역시 틀린 선지이며, 아시다시피 정답 선지였습니다.


27번 문항 역시 같은 방식으로 틀린 선지를 구성했습니다. 

[2025.9모 27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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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선지에서 지문의 지시구간과, ‘이익을 주고받은 경우’ 역시 지문과 <보기>에 있으나, 둘이 연결되지 않아 틀린 선지입니다.


올해 6모에서도 같은 함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대봉전>의 21번 문항입니다.

[2025.6모 2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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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선지였던 4번 역시, 지문의 지시구간과, ‘공적 활약에 조력한’ 부분이 맞지 않아 틀린 선지입니다.


작년 6모에서는 이 함정으로, 정답률을 47%까지 떨어뜨립니다.

[2025.6모 1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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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번 선지를 봅시다. ‘인물에 대한 논평’과 ‘갈등의 해소 방안’ 부분들은 모두 지문에 존재하는데, 연결이 틀렸습니다. 이 둘은 별개이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약 30%의 수험생들이 3번 선지를 골라 낚였습니다.


5. ㄱ의 이유찾기

‘ㄱ의 이유’를 찾는 문항은 매해 꾸준히 출제되고 있습니다. 이때 ㄱ의 이유에 대한 근거의 위치에 따라, 정답률이 꽤 차이가 납니다.


올해 9모를 살피기에 앞서, 이전 기출을 보도록 합시다.

[2023.9모 6번]

아래 지문은 23학년도 9모 인문 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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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문제가 ㄱ의 이유 찾기 문항이었습니다.

ㄱ의 이유는 밑줄 문장의 바로 위에서 나왔고, 답을 비교적 수월하게 골랐을 겁니다. 오답률 TOP 15에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같은 시험지의, 12번 문항은 좀 다릅니다.

[2023.9모 12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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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유찾기 문항인데, 정답률이 38%로 훅 떨어집니다. 그 이유는 ㄱ의 이유에 대한 근거가, 밑줄 문장과 꽤 먼 1문단에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9모는 어떨까요?

[2023.9모 10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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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답률 1위였던 10번 문항 역시, ㄱ의 이유가 밑줄 근처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하긴 하나,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답을 고르려면 1문단의, 블록체인 기술의 정의를 ㄱ에 연결시켰어야 합니다. 역시나 정답률은 45%에 그칩니다. 


즉, ㄱ의 이유가 ㄱ과 멀리 떨어져 있다면, 수험생들은 이를 찾는데 비교적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약 32%의 수험생이 4번을 골라 틀렸습니다. 

ㄱ의 이유를 찾을 때는, 지문의 흐름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문에서 ㄱ의 앞에 ‘이와 달리’라는 표지가 있기 때문에, 4번 선지처럼 ‘이와 달리’ 앞의 문장에서 근거를 고르면 안됩니다.



쓰다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여기까지가 제가 9모를 분석하고 느껴진 것들입니다. 

기출의 역사는 반복된다는 것, 보이시나요? 

평가원의 패턴과 함정을 꼭 익히셔서, 수능장에서 웃으며(?) 선지를 고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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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모 #국어 #기출분석
고려대학교 국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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